펭귄

  돌아가는 팽귄드럼 중

 돌아가는 팽귄드럼 중

아침 7시 어김없이 알람이 울린다. 아직 덜 깬 술에 도대체 일어나기 싫다. 너무나 익숙하게 눈도 뜨지 않고 알람을 끄기 위에 방바닥을 더듬는다. 손에 물컹한 무언가가 걸린다. 뭐지? 시간도 시간이거니와 생각하는 것이 귀찮아 몸을 뒤집어 손에 닿은 그것을 살펴본다. 펭귄이다. 물컹한 것은 펭귄에 배였다 보다. 펭귄이라고? 그것과 눈을 마주쳤다. 펭귄이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일어나. 회사가야지.”

펭귄의 목소리는 낮고 엄숙했다. 나는 당연히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 네”

방을 나서는 펭귄을 뒤따라 나와 샤워를 한다. 도통 나는 펭귄이 왜 내 집에 있는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도대체 나는 술 먹고 무슨 짓을 한 것일까? 어제 술은 적지 않게 마셨어도 필름 끊이지 않고 안전히 들어왔건만 일어나보니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씻고 거실을 내다보니 펭귄이 아침방송을 바라보고 있었다. 방송에서는 한우 불고기에 대해서 나오고 있었다. 펭귄은 전혀 관심 없는 듯한 표정으로 TV를 응시하고 있었다. 넋을 놓고 잠시 바라보고 있던 나를 그것이 인식하더니 눈길조차 주지 않으며 말했다.

“월요일이다. 빨리 출근해라.”

“아. 네”

일단 출근하기로 한다. 지하철에서 내내 집에 있는 펭귄이 떠올랐지만 그 누구에게 어떠한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이게 꿈인 것일까? 딱히 확인 할 수 없이 사무실로 들어간다. 별다를 것 없는 하루 종일 집안의 그 것이 궁금했다. 퇴근 후 조심스럽게 집문을 열었다. 아직 펭귄이 있을까?

“왔나? 저녁은?”

“아직이요.”

“아직까지 뭐하다 밥도 안 먹어? 나는 고등어 먹었다. 잘 챙겨먹어라.”

말을 마친 펭귄은 흡사 자기 방으로 보이는 곳으로 종종 걸음으로 움직였다. 맨들맨들한 머리가 진자처럼 흔들리는 모습이 유난히 초라해 보였다. 물끄러미 바라보며 머뭇거리고 있는데 펭귄이 돌아보며 말했다.

“집에 꽁치 좀 사다 놔라. 요즘은 그게 물이 좋다더라.”

“네”

펭귄의 목소리가 조금은 처량해 느껴져 바로 마트로 향했다. 생물 꽁치 몇 마리를 사고 애완동물용품 코너로 향했다. 온통 개와 고양이를 위한 것들이다. 하긴 펭귄과 사는 사람이 그리 흔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저기 서성이다가 꽁치 4마리만 사고 돌아 내려왔다. 집에 돌아오니 펭귄이 소파에 앉아 졸고 있었고 TV는 혼자 수많은 이야기를 뱉어 내고 있었다. TV를 끄고 잠시 펭귄을 살펴보았다. 펭귄은 1미터가 겨우 넘었다. 마치 손과 같이 보이는 날개를 살짝 만져 본다. 생각보다 따뜻하다. 펭귄이 새액새액 소리를 내며 뒤척인다. 짐짓 미안해진 나는 물러서 방으로 들어갔다.

알람이 울렸다. 어제는 분명 악몽을 꾸었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도 덕분에 알람에 늦지 않게 일어나게 되었다. 거실로 나서니 고소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거실 한켠의 부엌에서 펭귄이 꽁치를 굽고 있었다. 어디서 구했는지 작은 상자에 올라가 겨우 날개를 들어 꽁치를 뒤집었다. 펭귄도 구어 먹나? 너무나도 낯선 광경에 오른손으로 머리를 왼손으로는 배를 긁고 있었다. 펭귄은 살짝 뒤돌아보고 내가 있음을 알아차리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아침먹자.”

펭귄이 구워진 꽁치 두 마리와 생물 꽁치 두 마리를 각각 접시에 담아 식탁에 올려놓았다. 나는 식탁 앞 의자에 앉았고 펭귄은 식탁 앞 의자에 올라섰다. 분명 1미터 정도의 작은 크기이지만 상당히 크게 느껴졌다. 우리는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서로의 꽁치를 먹었다. 생각보다 꽁치는 잘 익어져있었다. 펭귄은 천천히 꽁치를 씹으며 한쪽 날개를 얼음물에 담갔다. 아마 굽는 일이 쉽지 않았나보다. 조금은 마음 한켠이 미안해진다. 바라지 않았던 일을 왜 구지 그렇게 했던 것 일까. 조금은 속상해져서 식탁에서 서둘러 일어났다. 출근을 위해 뜨거운 물로 샤워를 시작했다. 기분이 상쾌해졌다. 새삼 펭귄이 생각났다. 아마도 펭귄은 뜨거운 물은 싫어하겠지 아니 얼음을 더 좋아하겠지? 그래 집도 너무 더울 거야 아마.

샤워를 마치고 정장으로 갈아입고 거실로 나왔다. 펭귄이 소파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었다. 신문의 사회면인 3면을 한글을 배우듯 천천히 읽어 내려가는 듯 해보였다. 펭귄에게도 사회 이슈는 중요한 것이겠지. 아마도 그에게 요즘의 사회란 너무나 빠르고 복잡하고 뜨겁게 돌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냥 나서기가 미안해 인사를 던진다.

“다녀올게요.”

“차조심해라.”

펭귄은 읽고 있던 신문에서 잠시 눈을 떼고 살짝 웃으며 바라보더니 다시 읽기 시작한다. 오늘도 다시 지하철을 타고 사무실로 향한다. 오늘도 별거 없는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점심 후 박선배가 커피한잔 청했다.

“너 어제부터 이상하다.”

“네 좀 이상한 일이 있어서요.”

잠시 망설이다 이야기를 꺼낸다.

“제가 지금 펭귄이라 살아요.”

“그래? 힘들겠네. 펭귄이 흔하게 같이 사는 동물은 아니니까.”

선배가 무언가 다른 이야기를 기다리는 듯한 표정으로 담배를 피우며 바라보았다. 그의 당연한 듯 받아드리는 것이 못내 어색했지만 더 말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생각보다 펭귄과의 동거는 특별한 일이 아닌 듯 했다.

“오늘 저녁에 뭐하냐? 전에 말한 동생 부를껀대 나와라”

얼마 전부터 선배가 주선하고자하는 소개팅이 적지 않게 기다려왔었지만 웬일인지 오늘은 그렇게 시간을 보내지 말아야 할 것 같았다. 하루 종일 펭귄의 작은 어깨와 얼음물속 날개가 생각이 났다.

“오늘은 선약이 있어요. 주말에 해요. 부탁드릴게요.”

선배는 배부른 소리한다며 웃으며 타박을 하였다. 갑자기 펭귄의 점심이 궁금해졌다. 생각해보니 어제 사놓은 꽁치는 아침에 다 먹은 듯 했다. 아마 오늘도 절여진 고등어나 먹을 것이 분명해 미안해졌다. 퇴근 후 마트에 들려 수산물 코너로 향했다. 오늘도 꽁치를 살까? 그러고 보면 고등어 꽁치야 흔하디흔한 것들인데.

“아줌마, 펭귄이 먹기엔 뭐가 좋아요?”

무심결에 그냥 물어보게 되었다. 생선 배를 가르던 아줌마가 어이없는 듯 살짝 처다 보더니 손질을 마친 생선을 토막 내면서 말했다.

“펭귄이야 뭐 생선이면 안 가리니까. 물 좋은 거 사면되지. 오늘은 삼치가 좋네. 오징어도 괜찮고.”

“그럼 삼치 2마리랑 오징어 4마리만 손질해서 주세요.”

찬거리와 함께 얼음용 큰 통을 사서 집으로 들어 왔다. TV를 보고 있던 펭귄은 어제 보다 일찍 들어온 것을 보고 조금은 놀라보였다. 조금 더 기쁘게 하고 싶어진 나는 삼치를 보여줬다. 뒤뚱뒤뚱 부엌으로 향하는 펭귄을 막고 내가 들어갔다. 깔끔하게 손질해준 아줌마 덕분에 딱히 다른 준비 없이 내가 먹을 몇 조각만 구어 식사 준비를 맞췄다. 식탁 앞 의자에는 펭귄이 어느새 올라와 있다. 식탁을 차리고 맞은편에 앉았다. 펭귄을 기쁜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삼치를 먹기 시작했다. 평상시의 점잖은 모습과 달리 내심 기뻐하는 모습이 조금은 기쁘고 많이 측은해 보였다. 펭귄의 머리가 식탁 위 LED전등에 비추어 더 맨들맨들해 보였다.

“저녁 먹고 산책이라도 갈까요?”

“그래.”

그는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생기는 미소를 살짝 감추며 대답했다. 식탁을 치우고 얼음 통에 물을 채워 넣어 두고 나오니 펭귄이 나름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약간은 쑥스러운 듯 괜히 두리번거리고 있다. 아파트에 나와 한강 둔치로 향했다. 보폭이 좁은 펭귄이 한 발작 한 발작 천천히 나아간다. 나는 그 옆은 천천히 맞추어간다. 잠깐의 다른 생각에 어김없이 걸음이 빨라진다. 펭귄이 힘들게 따라온다. 나는 다시 천천히 그와 맞추어 걷는다. 해가 많이 길어져 아직 따뜻하다. 펭귄에게는 조금 더워 보인다. 생각이 짧았나보다. 그가 내 생각을 눈치 채고 작은 날개로 등을 탁탁 건드린다. 나는 내심 편안함을 느낀다. 펭귄의 짧은 다리가 지친 듯 한강을 바라보고 앉았다. 한걸음 뒤에 잠시 서 있다가 그에게 맥주 한잔 하자고 권했다. 그가 살며시 끄덕인다.

둔치의 편의점에서 이름도 익숙하지 않은 칠레 맥주 두 캔을 샀다. 아르바이트생이 다 알겠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계산을 해주었다. 펭귄은 멀리 운동장을 가로지르는 작은 어린아이를 흥미로운 듯 응시하고 있다. 맥주를 건네고 옆에 앉았다. 그는 아주 천천히 마시면서 노을이 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오랜만에 바라보는 편안한 하늘이었다.

한참을 바라보던 펭귄이 내 무릎을 두 번 두들이며 돌아가자 말했다. 그는 매우 힘들게 일어셨다. 맥주 한 캔이 버거웠던지 유난히 뒤뚱거리며 천천히 걸어갔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참다못한 내가 그를 들어 안았다. 생각보다 가벼운 그의 무게가 더 무겁게 느껴졌다. 집으로 들어오자 펭귄은 피곤한 듯 방으로 향했고 그 뒷모습이 없어질 때까지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어김없이 아침이 되었다. 거실로 나와 보니 펭귄이 잠이 덜 깬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있었다. TV에서는 교통상황을 지나 날씨로 넘어가고 있었다. 하루하루 따뜻해지는 날씨에 그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어제 사온 생물 오징어로 아침을 준비했다. 오늘은 그도 나도 오징어 회를 먹는다. 식탁 앞에 앉은 그가 내심 기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초장도 없이 먹는 오징어가 싱싱해서 맛있다. 샤워를 마치고 갈아입은 뒤 집을 나서는데 펭귄이 현관으로 배웅을 나왔다.

“잘 다녀와라.”

“네.”

회사로 향하는 지하철 안에서 나는 내가 없는 펭귄의 일상이 궁금해졌다.

2016년 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