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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oto by oonal/iStock /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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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4일 
선거 당일이 되었다. 길고 지난했던 선거 운동이 막을 내렸다. 후보인 J와 후원회장인 K는 선거 사무소가 있는 센터로 돌아와 차에서 내렸다. 
“피곤하지?”
“네. 죽겠어요. 오늘은 좀 잘 수 있겠네요.”
“그래 내일은 투표만 하면 되니까.”
2주간의 미친 일정을 마친 J는 미치도록 피곤했지만 찜질방은 사람들로 가득해서 쉽게 긴장을 늦출 수도 없었다. 습관이 되어버린 웃음을 머금고 한명 한명 인사를 하는데 K가 이를 제지하며 크게 말한다.
“지금 부터 선거운동하면 선거법 위반이니까 빨리 씻고 올라가겠습니다.”
K의 이 너털한 웃음을 보면서 내내 왜 그가 아니라 자신이 후보가 되어야 했는지 J는 의심스러웠다. K와 J는 대충 샤워로 마무리하고 위층 선거사무소가 되어버린 K의 집으로 들어갔다. 피곤에 지쳐버린 K와 J는 별다른 이야기 없이 잠을 청했다. 
2주 동안 내내 4시간 눈감으면 오래 자는 것이었던 터라 중간에 몇 번을 깼지만 다행이도 11시까지는 잘 수가 있었다. J가 일어나자 K는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다. 
“왜 하필 라면이에요?”
“어차피 내일부터 다시 라면 먹는 인생이자나.”
“형은 아니자나요.”
J는 웃으면서 라면을 덜어 먹기 시작했다. 스프 외에 아무 것도 넣지 않은 분식집에서 2000원이면 끓여주는 이 라면이 왠지 모르게 달았다. 
“형, 15프로는 나오겠죠?”
“이 인간들이 투표만 다했으면 20프로고 사실 투표율에 달렸지.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했을지가.”
J는 시간이 이렇게나 지났음에도 적응하지 못하는 자신이 참으로 우습게 느껴졌다. 대학교 학생회 선거 때가 더 정치인답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더가도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하는 생각도 하다가 K가 재촉하는 말에 J는 방을 나섰다. 
투표장은 한산했다. 무엇보다 점심시간 이전이었던 것이 사람들이 몰리지 않은 이유일 것이다. 몇몇의 회원들이 J와 K를 알아보고 가볍게 인사를 했다. 투표를 마치고 투표장을 나서자 카메라를 든 몇 명의 사람들이 다가왔다. 
“저기 J후보님 맞으시죠?”
나름 국회의원 후보라는 사람이 추리닝 차림에 슬리퍼를 신고 투표장에 왔다는 것에 당황한 듯 한 모습이었다.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은 정도의 간단한 인터뷰와 사진을 찍고 K와 J는 사무실로 돌아왔다. 주차장에 차가 주차되자마자 무리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무리 중에 낮이 익은 한 회원이 즐거운 표정 가득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어이, J지금 투표하고 온 거야?”
“네. 왜 그러시죠?”
“자네 지금 SNS에서 난리야. 이상한 후보라고. 이러다가 진짜 되는 거 아니야?”
“아하하 그러면 좋겠네요. 근데 이거 선거법이 뭐가 뭔지 몰라서요. 조심해주세요.”
J는 자신의 핸드폰으로 트위터를 켜자 엄청난 수의 RT와 메시지로 가득했다. 그 중 가장 RT가 많이 된 트윗에는 ‘후보 맞음? 대박’이라는 말과 한 기사의 링크가 담겼다. 링크를 누르자 추리닝에 슬리퍼를 너저분하게 걸치고 어색하기로는 최다득표를 장담할만한 웃음을 짓고 있는 J의 전신 사진이었다. J는 멋적어 빠르게 사무실로 돌아갔다. 
“형 이제 뭐해요?”
“시간을 죽여야지.”
K는 방한 구석에서 플래이스테이션을 꺼내 티비에 연결했다. 
“비타에서 되는 건 왠만한건 다 해봤지? 그러니 오늘은 일단 이거먼저 깨자.”
티비에서 주인공이라고 보이는 여자가 절벽을 뛰어넘기 시작한다. 설정상 방에서 공부만한 것 같은데 1시간 만에 때려잡은 사람만 소대 급이다. 불안해진 J가 K에게 묻는다.
“형, 몇시에요?”
“챕터 넘기면 알려줄께.”
J는 게임을 몇 시간 더 돌려 보기 시작한다. 주인공 여자가 굴러오는 나무를 피하지 못하고 계속 게임오버를 맞는다. 점점 불안해진다. 시간을 확인할까 내적갈등을 키워 오다가 패드를 집어 던진다. J는 게임도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불안감을 이기기 어려워 밖을 나가려하다가도 그 빌어먹을 선거법 때문에 마음을 접는다. 어짜피 이기려고 시작한 것이 아님에도 왜이렇게 마음이 쓰이는지 J는 지난 2주와 마찬가지로 출마를 후회를 멈출 수가 없다. K가 커피를 가지고 웃으며 들어온다. 자기가 운영하는 찜질방 아메리카노를 J에게 건낸다.
“아직 한 3시간 기다려야 돼. 게임 지겹냐?”
“네.”
이왕 K가 시간을 대충 알려주자 J가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다. 2시 27분. 출구 조사까지 3시 반 정도가 남았다. K는 다른 게임을 실행시킨다. 몇 년째 우려먹고 있는 자동차 게임이다. 대충 등껍질 던지면서 트랙을 돌다보면 한 시간정도는 지날 터였다. 또한 K가 J옆에 계속 있겠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딱히 대화하지 않고 게임을 바꿔가며 시간을 죽이다 중 K에게 전화가 왔다.
“어… 어…. 어…. 글쎄 안 내려가는 게 좋을거 같은데.”
K가 핸드폰을 멀리 대고 J에게 묻는다. 
“내려가서 밑에서 볼래?”
J는 고개를 돌려 거부의 의사를 밝힌다.
“그냥 M이랑 Y씨 그리고 K양 만 올라오라고 그래.”
전화를 마치자 언급했던 3명이 올라왔다. 나름 선거 캠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사람들이라 최소한의 인원만으로 6시를 기다리기로 결정한 것이다. 
“일단 뭐 좀 먹자.”
K가 웃으며 이것저것 돌려보고는 음식을 시킨다. 사람이 3이나 늘었지만 딱히 아무도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이미 시작한 개표 준비 방송은 마지막 30분간의 투표를 독려하고 있었다. 배달된 족발과 보쌈을 펼치자 배가 고파서 그랬던 건지 고요함을 어쩌지 못해서 그랬던 것인지 다들 빠른 속도로 음식을 우겨넣는데 6시가 5분 앞으로 다가 왔다. 티비에서는 출구조사 직전의 광고가 시작 되었다. 방송이 시작되자 5명의 선거 캠프는 만찬을 중지하고 티비를 주목하기 시작한다. 5, 4, 3, 2, 1, 출구조사 공개. 각 정당의 예상 당선자 수가 티비에 보이기 시작하고 미묘한 결과에 각 정당은 각기 나름의 기대감과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동요하기 시작했다. 이에 비해 무소속의 작은 선거 캠프는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못하고 있었다. 당연히 자신의 지역구의 결과가 바로 나오지 못할 것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어쩌지 못하고 티비만 응시하고 있다. L이 신경질적으로 여러 방송국을 돌려보지만 모두들 주요 정당에 나와 있는 기자들의 뻔한 상황 분석만을 들려주고 있었다. 그렇게 안절부절 못하는 20여분의 시간이 지나자 서울의 출구조사가 나타났다. 
‘성동구 갑지역구 출구조사 결과 박빙.’ 
“젠장.”
L은 초조함을 견디지 못하고 욕을 뱉어 버렸다. 15프로로 선 거비 보존을 목표로 했던 그들이었기에 박빙이라는 정보는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했다. 그리고 아마 이 박빙은 주요 정당 두 후보의 득표율에 따라 나타났을 것이기에 무소속 후보의 선거 캠프는 잔인한 20여분을 더 기다려야 했다.
드디어 성동구 갑의 출구조사 결과. 두 주요 정당의 후보는 27퍼센트 가량의 득표결과를 보여주며 박빙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었고 무소속의 후보는 16.3퍼센트의 결과를 보여주었다. 무소속으로 3위이자 16.3퍼센트. 일단 15% 넘겼기에 J는 후원회 사장님들에게 민망하지 않을 결과라 안도감이 크게 밀려 왔다. 곧 이어 밀려오는 허탈 마음에 다시 무표정한 표정이외에 어떤 반응도 내보이지 못했다.
“에이 씨발.”
욕과 웃음이 섞인 소리를 뱉은 K는 찬장에서 위스키를 꺼내 상에 내려놓는다. 
“됐지 뭐 씨발. J야 동궁에서 짬뽕이랑 깐풍기좀 시켜라. 소주는 있는 대로 가져달라고 하고.”
낙선임에도 바래왔던 결과를 달성한 선거 캠프는 그 동안 참아왔던 그들만의 술자리를 진득하게 시작하였다. 티비를 끄고 쓰고 단 소주를 비워가면서 허무함과 만족감을 비워내고는 한명씩 한명씩 내일의 숙취를 각오하고 잠에 들었다.

 

 

4월 25일
“야. 일어나. 일어나 이 새끼야.”
K가 급하게 J를 깨운다. 주량을 한참 넘겨 마셨던 J는 몸을 반쯤 일으키는데도 너무 힘이 들었다. 
“너 됐어. 너 이제 국회의원이야.”
J는 눈을 반쯤 뜨고는 이해하지 못할 말을 하는 K를 바라보았다. 
“야 너 지금 선관위 가서 당선증 받아와야하니까 일단 씻어라. 아니다. 일단 토하자.”
K가 전화를 하자 찜질방에서 카운터를 봐야할 A가 토하게 만들어서 숙취를 해소시켜준다고 알려진 음료를 들고 들어왔다. J가 억지로 마시자 거하게 속을 비워내기 시작했다. 한 참을 개워내자 J의 뇌가 조금씩 자신의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화장실 밖에 두었던 핸드폰을 더듬어 찾고는 자신의 이름을 검색한다. 녹색화면에 자신의 이름에 옆에 당선 이라는 이름이 적혀있었다. J는 한 번 더 개워 낸뒤 온수로 머리를 식히고는 화장실에서 나왔다. K가 일어서지 못하고 겨우 냉장고에 기대어 J에게 말한다.
“옷 입고 갔다 와.”
“형, 정장 차에 있는데.”
창문 밖을 내다보니 기자들 10여명이 출입문 앞에서 서성이고 있다. 
“그냥 어제 투표장 갔던 컨셉으로 가야겠다.”
K는 알아서 하라는 웃음을 짓고는 냉장고에서 꺼낸 물을 들이켰다. 센터 앞은 기자들이 억지로 차를 밀어 넣은 차 때문에 난장판이다. 오토 피플이 주로 이용하게 만들어 놓은 주차장이라 공간이 있어 보이지만 사용하지 못하는 공간을 억지로 밀어 넣어 많은 차들이 오도가도 못하고 충전도 하지 못해서 여기 저기 다투는 소리까지 들렸다. J가 건물을 나가자 흩어져있던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J의원님 소감 한마디 해주시죠.”
“저도 경황이 없어서요. 일단 선관위 다녀온 뒤에 하겠습니다.”
난장판을 넘어 수라장이 되어가는 주차장 끝에 선거용으로 쓰던 J의 차에 겨우 들어갔다. J가 선관위를 입력하자 차는 자동 주행 경로를 설정했다. 기자들의 차량을 두어 대 비켜세우자 움직일 공간이 나타났고 조심히 J의 차는 나아가기 시작했다. 선관위에 도착해 당선증을 받고 J가 다시 센터로 돌아오자 더 많은 기자들이 센터를 에워 싸고 J의 길을 막았다. 주차장 입구에서 자동 주차를 설정하고 차에서 내린 J는 여전히 추리닝에 슬리퍼 차림이었고 기자들은 여신 그 생경한 모습을 찍어대기 바빴다. 인터뷰를 한사코 거절하면서 정장이 담긴 캐리어를 끌고 간신히 선거사무소로 돌아왔다. 긴장과 당황함으로 잔뜩 식은 땀을 흘리며 J가 K에게 말했다.
“형 이거 어떻게 된 거에요.”
K는 웃으며 티비를 턱으로 가리켰다. 티비에서는 이번 선거 최대의 이변이 발생한 성동구 갑지역구의 상황을 계속해서 방송하고 있었다. 선거 이 전 부터 투표자수가 엄청날 정도로 급증하여 주목 받게 된 지역구라는 점. 이미 지역구에서 당선 경험이 이 있는 두 정당의 후보와 오토 피플의 대표를 자청한 J가 가세한 구도부터. 출구 조사가 완전히 실패한 지역이라는 점 등 이야깃거리는 넘쳤지만 정작 J의 당선자 인터뷰는 그 어떤 언론도 성공하지 못했다는 점도 흥미롭게 언급되고 있었다. 오직 11시가 넘은 오늘에서야 당선증을 그것도 추리닝 차림으로 받아간 초선의원의 전신 모습이 방송에서 계속 보여지고 있었다. 당선 발표문은커녕 낙선 발표문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의J의 선거 캠프는 환희와 당황속에서 갈팡 질팡 하고 있었다.

 

1월 17일 
J는 간만에 야근 없는 금요일에 따라온 토요일이라 편하게 누워 게타로보로 괴수들을 때려잡고 있었다. 그러고 있는 차에 K에게 메신저로 연락이 왔다. 
‘뭐하니?’
‘그냥 누워 있습니다.’
‘정장 입고 1시까지 내 사무실로 와라. 긴히 할 말이 있다.’
토요일도 정장을 입어야한다는 생각에 J는 짜증이 먼저 밀려왔다. 그럼에도 거래처 사장인 K의 말을 함부로 넘길 수가 없는지라. J는 자리를 추스리기 시작했다. 원래 계획은 센터에 먼저 들려서 씻고 점심을 먹을 생각이었던 J는 계획을 바꿔 점심을 먼저 먹기로 생각하고 근처 백반 집으로 차를 돌려 놓았다. 많은 식당들을 일하는 겸 방문하곤 하지만 이 백반집은 조금 남달랐다. 매일 절반 이상이 바뀌는 반찬들도 반찬이지만 절반쯤 쉰 김치가 J의 입에 잘 맞았다. 냉장고가 없는 J에게 쉰 김치는 겉절이 보다 먹기 힘들어져 버렸기에 1주일에 두세번은 들리곤 했다. 백반집에 도착해서 주차를 입력하고 내리는데 주인인 M이 나와 J를 맞는다.
“J선생, 주행 돌려놔주면 안 돼? 오늘 손님이 좀 많아.”
주차장이 비여있는대도 쓸 때 없이 기름쓰면서 주행을 돌리기 아까웠지만 관계가 관계인지라 주행을 입력했다. 평행주차를 마무리하던 J의 차는 다시 천천히 골목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백반집에서는 어제의 농구 경기의 하일라이트를 방송하고 있었다. 늘 TV를 틀어놓고 일하는 J이기 때문에 결과는 다 알고 있었지만 큰 화면으로 TV를 본다는 것이 흔치않은 기회인지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음식이 나오고 J는 한가한 시간을 충분히 즐기며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몇 분지나자 정오 뉴스가 시작했다. 뉴스에서 아나운서는 늘 어려운 기업의 사정과 늘 비장한 정치인들의 소식들을 떠들었다. 국회의원 선거가 멀지 않은 시점이라 정치인들의 이야기가 더 많이 들리는 듯했다. 대충 배를 채운 J는 핸드폰으로 차를 부른다. 점심을 마무리하고 조금 지나자 J의 차가 백반집 앞에 도착했다. 차에 탄 J는 K의 센터에 도착하는 동안 정장을 찾았다. 토요일에는 쓰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던지라 세탁이 필요해 보였지만 일단 어쩔 수 없는 J는 옷을 들고 센터 지하의 찜질방으로 들어갔다. 시간이 벌써 40분이 넘은지라 탕은 들어가지 않고 간단히 샤워를 마치고 나와 정장을 입었다. 약간의 반항심으로 타이는 하지 않는채 K의 사무실이 있는 4층으로 올라갔다. 
“형님 J이 입니다.”
“어 그래, 들어와”
K는 반갑게 J를 맞았다. K의 사무실에는 K 말고 많은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J의 눈에도 대부분이 눈에 익은 사람들이다. 연달아 허리 굽혀 인사를 하고 J는 K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형님 무슨 상황인가요? 웬일로 센터 사장님들이 다 모여계세요?”
K는 환하게 웃고는 J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다른 사장들에게 말했다.
“이 친구가 아까 이야기했던 우리 선수입니다.”
K가 말하자 시설 좋기로 유명한 성동오토센터의 사장인 L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 J는 나도 잘 알고 있지 오늘 더 얼굴이 훤하고 만. 학생회장출신이라고?”
J는 영문을 모른 체 대답을 했다.
“아니요, 부회장이었습니다.”
L은 소리 내어 웃으며 말했다. 
“뭐 부회장 정도면 충분하겠구먼. 그래 5000이라고?”
“네. 저도 그 정도 투자할 생각입니다.”
K가 웃으며 말했다. L은 고개를 몇 번 끄덕이더니 일어서며 말했다.
“그래 한번 해보지 뭐 5000정도는 질러봐야지.”
J는 L이 청하는 악수를 엉겁결에 응했다. 사장들이 J와 악수를 하고 사무실을 나가자 J는 멍해진 상태로 K에게 물었다.
“형님 무슨 일인가요?”
K는 사장들이 떠난 소파에 앉아 담배를 피워 물고는 말하기 시작했다.
“너 선거에 나가라.”
“선거요? 무슨 선거요?”
아직 상황파악이 되지 않은 J는 K에게 되물었다. 
“국회의원 임마.”
K는 웃으며 J에게 대답했다. 반쯤 농담스러운 말이었지만 내심 진지하게 말하고 있다는 것을 J는 알 수가 있었다.
“제가 무슨 국회의원이에요. 회사일하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요.”
“당선되라는게 아니고 실력을 한번 보여주자는 거지. 너 카페에서 요즘 나오고 있는 말 알지?”
J는 이제야 대충 상황을 파악하고 진지하게 대답하기 시작했다.
“네. 선거에서 정당하나 밀어주자는 말이지요? 가능하면 한 지역구에서 밀어주면 효과는 더 클 거구요.”
K가 웃음을 거두고 진지하게 J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너 여기 성동구 갑 지역구 주민이 얼마나 되는지 아냐?”
“아뇨?”
“대충 12만이야. 그리고 우리 센터에 가입된 회원만 3만이고. L형님 센터에는 5만이고.”
J는 어이가 없어서 웃으며 말했다.
“그거 다 중복이자나요. 긁어모아봤자 얼마 되겠어요? 그리고 투표한다는 보장도 없구요.” 
“그래서 명단 정리 해봤지 오늘 그거 결과 보러 모인거야. 4만이다 4만. 그 정도면 15%는 충분해.”
“15%요?”
“그래 우리가 너 보고 국회의원하라는게 아니야. 15%만 받으라는 거지. 그거 넘기면 선거비용 다 돌려받는 거고.”
생각보다 많이 진행된 계획에 J는 당황스러웠다. 
“형 좀 생각좀 해볼게요. …… 아니 이게 왜 전가요?”
“뭐 너는 대학교 총학생회 선거 경험도 있고.”
“부회장인데요.”
“그래도 붙었자나. 그리고 회사 그만두면 사무실 차리면 되고.”
J는 생각지도 못한 말에 당황하여 되물어봤다.
“회사요?”
K는 음모가 가득한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그래. 국회의원 나오는 놈이 회사 다니고 있으면 어떻게하냐.”
J가 대구도 못하고 가만히 있자 K가 말을 이어갔다.
“15프로 넘기면 그 돈으로 사무실 만들어주기로 했다. 1억 5천정도 할꺼니까 충분할꺼야.”
“아니 사무실은 사무실인데 누구 일을 봐줘요.”
빠르게 흘러가는 상황을 따라 잡지 못하는 J에게 K가 말했다.
“일단 오늘 모인 사장들은 다 너 한테 일 줄꺼고. 오토들 중에도 사업하는 사람들 많자나. 이거만한 홍보가 어디 있냐?”
J는 어찌하다 이런 일까지 되어버린것인지 파악하기를 포기하고 일단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형님, 일단 알겠습니다. 정리가 안 되네요.”
K는 J를 주차장 까지 나와 J가 차를 타고 센터를 빠져나갈 때 까지 바라보고 있었다.


1월 10일 
숙취로 인한 심한 갈증으로 J는 잠에서 일어났다. 핸드폰으로 현재 시간과 현재 위치를 확인했다. 10시 21분. 뚝섬 한강공원. J는 서행과 잠시 주차가 용이한 주택가가 아닌 한강공원을 서행으로 돌고 있는 것을 보니 주유 시점이 가까웠음을 알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3일째 주유를 하지 않았음에도 주유 알람이 자고 있는 도중에 울리지 않은 것이다. J는 핸드폰으로 자주 가는 주유소로 행선지로 정하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J가 침대 만큼은 비싸더라도 좋은 것을 고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오늘 만은 아니다. 캠핑용으로 원래 개발되었지만 오토피플들에게 필수 품이 된 차량용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어 마셨다. 주유소 도착하자 J는 차에서 내려 주유를 시작했다. 대부분이 자동화가 되었지만 주유만은 스스로 해야한다는 게 여간 짜증 났다. 최근에는 알아서 주유까지 해주는 주유소가 나왔다고 하는데 기름값에 민감한 오토피플들에겐 그리 선호하지 않는 옵션이었다. 주유소에서 기름 냄새를 크게 드리키며 기지게를 편 J는 씻을 겸 점심 겸 오토 센터로 향하기로 했다. J는고등학교 선배인 K가 운영하는 오토센터를 주로 이용했다. J가 회계업무를 맡아 일하고 있는 점도 중요했지만 세심하게 잘 정리된 편의시설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지하 찜질방으로 향하기전에 1층에 있는 사서함을 먼저 열었다. 첫 번째 우편은 카드 명세서였다. 큰돈은 아니라도 조금씩 돈을 모아가고 있음에 J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미처 머리속에서 빠져나가기 전에 범칙금 고지서가 하나 눈에 들어왔다. 11월 17일 2시 주차위반. 이 시간이면 자율주행으로 돌려놓고 자고 있을 시점인데 주차위반에 걸렸다는 것은 경찰이 정확한 30분 정차 시간을 체크하지 않았거나 주민신고가 들어왔기 때문일 거다. 자주 있는 일이 아니지만 다시 한번 경찰서에 들러 블랙 박스 영상을 재생하고 시간확인을 할 생각하니 J는 짜증이 밀려왔다. 그냥 내버릴까 생각하다도 오토피플을 괄시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서 시간을 내기로 마음을 먹었다. 마지막은 전단지가 들어있었다. 일반적인 광고는 들어오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 J는 의아해 하며 읽기 시작했다. 전단지는 K가 운영하는 오토센터의 안내문이었다. 성동구와 서울시에서 제공하는 각종 혜택을 받기 위해서 주소지 변경이 가능하다는 문구였다. 특히 성동구는 줄어드는 인구만큼 주는 세수를 벌충하기 위해 오토 피플의 전입을 나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었다. 주민들의 반발도 어느정도 있었지만 오토 피플이 주요 고객이 되어버린 상인들의 목소리도 작지는 않았다. 
J는 복잡해진 머리를 가다듬고 지하 찜질방으로 향했다. 웬일인지 K가 카운터를 보고 있었다. 
“어, 왔어?”
입장권 판매용 컴퓨터를 드려다 보던 K가 웃으며 J를 맞았다. J는 대답 없이 웃으며 인사하고 안으로 들어섰다. 오토 센터의 핵심인 찜질방은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K의 찜질방은 여러가지로 오토피플에게 편했다. 케비넷안에 USB충전시설이 각각 설치되어있는 것부터 훨씬 다양한 식사메뉴까지 센터를 목적으로 신설한 찜질방인 만큼 대부분의 잡다한 일들을 처리할 수 있었다. 
샤워를 마친 J는 김치찌개를 시키고는 핸드폰으로 이것저것을 뒤적거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범칙금 고지서를 처리 했다는 글을 얼마 전에 읽었던게 생각이 나 오토 피플 까페에 접속했다. 핸드폰을 끼고 사는 사람들인지라 글을 빠르게 업데이트 되는 것이 일상이긴 하지만 최근에는 온통 그 ‘숙자’ 의원에 대한 글이 대부분이었다. J도 매우 불쾌한 기분을 감추긴 어려웠지만 길 위에서 잠을 자는 사람임을 부정하긴 어려운 노릇이라 댓글조차 달지 않고 있었다. 넘치는 비아냥넘치는 글 들중에서 ‘숙자의원 낙선시켜 버리죠’라는 글은 엄청난 추천 수를 받고 있었다. 아이디 ‘JT’가 쓴 이 글은 욕과 비아냥을 제거하면 그 ‘숙자’의원의 지역구로 주소지를 옮겨서 다른 후보에게 몰표를 하자는 내용이었다. 그 글과 댓글 그리고 대댓글 등등 따위를 읽다가 J는 답답해져서 글 하나를 쓰기 시작했다.

제목: 의원하나 떨어트리는 게 최선이 아닙니다.
내용: 
피플분들 안녕하신가요?
가입인사만하고 눈팅만 하던 회원입니다.
요즘 그 국회의원의 발언으로 올라온 많은 글들을 읽었습니다. 
저도 끓어오르는 깊은 빡침을 느끼며 무언가 할 수 있는 것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곧 있을 총선에서 낙선을 시키자는 주장은 매우 매력적으로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 방법은 최선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그런 인간들 꾸준히 나올 겁니다. 그리고 파란당 밀어줘 봤자 그들이 우리가 밀어준건지나 알겠습니까?
차라리 우리 후보 한명 내세워서 득표율 보여주면 앞으로 함부로 못할 겁니다. 몇 만표 정도 찍어주면 국회의원이 먼저 고개 숙이며 들어올겁니다.

2017년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