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장(Epilogue)

Photo by dam_point/iStock /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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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시간인 1시보다 조금 일찍 Lee 피디는 청와대에 도착했다. 이제는 한산해진 곳이지만 한나라의 대통령이 머무는 곳이라는 위압감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본관에 들어가자 최대통령이 직접 마중을 나왔다. Lee 피디의 예상보다 훨씬 밝은 표정이었다.
“반갑습니다.”
“영광입니다.”
사전에 이미 부탁받은 대로 Lee 피디는 한국어로 답을 했다. 마지막 한국어 학과 학번이자 한국어방송 제작을 목적으로 뽑은 마지막 피디이기에 한국어가 부족하지는 않았지만 막상 대통령의 인터뷰는 긴장될 수 밖에 없었다. 촬영감독을 비롯한 스테프들이 백악실에 인터뷰 준비를 시작했다. Lee 피디는 Kim 작가와 함께 최대통령과 촬영에 대한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질문은 감독이 하시는 건가요?”
“네.”
“나이가 어떻게 되지요?”
“37입니다.”
“아 그러면 한창 대학 다닐 때였겠구만.”
“네.”
최 대통령은 그날의 일을 떠올리는 듯 했다. 10년전 ‘미중 분할 협정’을 맞아 최 대통령은 처음으로 10년전의 일들에 대한 책을 출간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 특별 인터뷰가 1시간으로 편성 되었다. 대통령 측은 오직 책을 읽고 오라는 하나의 요구 사항과 함께 사전 인터뷰도 없이 프로그램 편성에 동의하였다. 10년간 조금씩 줄어든 입지라 할지라도 아직 대통령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의미를 사용하고 싶지도 않은 듯 해 보였다. Kim 작가는 조금이라도 발생가능할 문제를 미리 예방하기 위해 이것저것을 협의하려 하였지만 대통령은 빙그래 웃으며 편하게 하라는 말만을 남겼다.
그렇게 준비가 된 듯 되지 않은 듯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안녕하세요. 대통령님 반갑습니다.”
“네 반갑습니다. TBC랑은 한 5년만에 인터뷰하는 것 같군요.”
대통령은 특유의 여유있는 모습의 미소를 보여주었다. 한때는 우유부단함이나 무력함의 상징과 같았지만 지금의 미소의 의미를 읽기에는 쉽지 않았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뭐 저야 이제 딱히 바쁜 일이 없으니 계속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이게 제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이란 생각도 들었구요.”
“예. ‘미중 분할 협정’ 10주년을 맞아 회고록을 쓰셨지요. 제목이 ‘한국, 끝맺임에 대한 기록’인데요. 쓰는 일이 쉽지 않으셨을 것 같은데요.”
“네 아무래도 대통령이라는 자가 쓰고 싶은 글은 아니지요. 그래도 제가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이 들더군요.”
대통령의 웃음에 깊은 씁쓸함이 베어나오고 있었다. 
“네. ... 먼저 원고를 보내 주셔서 인터뷰 전에 읽게 되었습니다.”
“재미있던가요?”
“아. 네. 저자에게 재미없다고 말씀드리기 민망하지만 재미있다고 말씀드리기에도 무례할 것같은데요. 흥미로운 글이었습니다.”
“하하하, 말씀하시는거 보니까 감독님이 저보다 더 정치인에 어울리시는 것 같은데요.”
Lee 피디는 예상하지 못했던 대통령의 반응에 당황을 숨기지 못하다 화제를 돌렸다.
“대통령님은 원래 정치에 뜻이 있지 않으셨었죠?”
“저야 뭐 전세계 역사상 가장 정치를 하고 싶지 않았던 국가 수장이겠지요.”
“원래는 공무원이셨다고.”
“세무사 7급 공무원이었죠. 그 법이 통과되기 전까지는 말이죠. 법이 통과되는 바람에 세금이나 계산하고 취미로 소설이나 쓰던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버린거죠.”
“그 때 나이가 굉장히 중요한 사항이셨다고.”
“36이었죠. 지금 감독님보다도 한 살 어릴때였으니까. 대통령하기에는 어리긴 매우 어렸죠. 그 때 당시에 50대 까지 한국 국적만 가지고 있는 사람이 100명이 안됐어요. 그 중에서 공무원이라는 신분 때문에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추천을 받게 된거지요.” 
“실례 되는 질문일 수도 있겠지만, 왜 이중국적을 취득하지 않으셨죠?”
“일단 어렸을 땐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았어요. 미국이 비자조치를 하기 전에 여권도 없었구요. 한반도를 벗어나본게 대통령이 되고나서니까요. 그리고 나서는 왠지 모르게 싫었어요. 그보다도 한국어를 쓰는 한국 소설가가 다른 국적을 가진다는것에 거부감도 있었구요.”
“소설 공모전에 당선되셨다고.”
“봄에 모집해서 신춘문예라고 불렀지요. 내가 마지막 신춘문예 소설 부분 입상자가 되었어요, 그 후에 신춘문예 공모까지는 있었지만 수상자를 뽑지를 않았지. 아무도 관심도 없었고.”
“그렇게 갑자기 대통령이 되셨는데요. 자리가 부담스럽지는 않으셨나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부담감이 엄청나셨을 것 같은데.”
대통령은 빙그래 웃으며 Lee 피디를 처다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부담스럽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일은 쉬웠죠.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는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과거의 사례에 휘둘릴도 없고. 다만 마음이 매우 무거웠지요. 국민의 이득을 위해서 일해야하는 게 정치인의 본분인데 어떠한 방법도 국민을 위한 길은 없더군요.”
“국민이요?”
“예. 아무리 다른 나라의 국적이 있어도 그들 모두가 대한민국의 국민이지요. 아직 나에게는 감독님을 비롯해서 다 대한민국의 국민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제가 해드릴 수 있는 일이 이제 없을 뿐이지요.”
Lee 피디는 한동안 질문을 이어가지 못하다 화제를 바꿨다.
“저 책에 대에서 질문 드릴께요. 10년만에 글을 쓰는이유는 있으신지요?”
“글은 계속 꾸준히 쓰고 있었습니다. 대통령이 되고나서는 여유가 더 생겨서 더 많이 쓰고 있지요. 다만 한글로된 글을 읽는 사람이 줄어서 쓸곳이 없어지고 있어서 마음이 아픕니다. 이책을 이제 출간하기로 한 것은 이제는 역사라고 불릴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았나 싶어서입니다. 뭐 당사자 중에 하나인 내가 죽어야 진짜 역사로 남겠지만 당사자만이 남길 수 있는 글을 최대한 많이 남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제야 혹은 벌써 이런 책을 출간하게 되는 거지요. 뭐 번역하는데도 시간이 좀 필요했구요. 중문, 영문, 한문으로 한 번에 출간될텐데 한국어 판이 제일 많이 팔렸으면 좋겠군요.”
“첫 챕터가 서베이에서 시작하던데요. 서베이를 기술하실 최초의 사건으로 선택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한국은 참 흥미로운 방식으로 그 마지막을 기다라고 있습니다. 국가의 3요소를 말하면 국민, 주권, 영토라고 하지요. 그 중에서 주권이나 영토를 잃어버려서 멸망한 나라는 역사에서 많이 있었겠지만 우리나라는 국민을 잃어버려서 없어지게될 나라이니까요. 감독님 한국어로는 인구주택 총조사라고 불렀는데요. 그 때 조사에서 이중국적자가 65%로 조사가 되었죠. 그 후에 미국과 중국의 공격적인 국적취득 정책에 따라서 불과 10년 만에 인구의 99%가 이중국적자가 되었고 한국의 정치는 한국의 국익이 아닌 미국과 중국의 이익을 위한 대리전의 양상을 띄게 되었지요. 그렇지만 비난하기 힘든 것이 그들은 단지 그들의 나라의 이익을 위한 일을 했을 뿐이니까요. 그러니 그 조약을 설명을 시작하려면 그 조사부터 설명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대통령이 차분히 말을 이어나갈수록 Lee 피디는 말을 하기 어려워 졌다. 짐짓 실례 되는 질문을 할까 두려운 나머지 제대로된 인터뷰가 될 듯하였다만은 오히려 대통령은 천천히 충실한 인터뷰를 채워나가고 있었다. 
“그래서 그렇게 나란 사람이 대통령이 될 필요가 생긴 것이죠. 미국도 중국도 자신의 손으로 한국을 어찌할 수는 없었으니까. 처음 양당 대표가 나를 찾아와 대통령자리를 부탁했을 때만 해도 난감하기 그지없었는데 아직도 이 자리는 난감하네요. 허허”
대통령은 혼자 멋쩍은듯 너털웃음을 웃더니 말을 이어갔다.
“뭐 그렇게 퇴임이 불가능한 대통령이 되고 아직 대한민국에 국회라는 게 존재하던 3년 동안 하나씩 권리를 양국에 이양하게 되었죠. 그래서 10년전 채결된 ‘미중 분할 협정’으로 결국 대한민국의 국토는 이 청와대 하나로 남겨지고 국민은 이제 나 혼자만이 남았죠.”
대통령은 잠시 물끄러미 피디를 바라보다가 다시 말을 시작했다.
“그래도 대통령으로 사니까 좋은게 있어요.”
“어떤거 말씀이신가요?”
“일단 그 수 많은 독재자들이 원했던 자리에 올랐자나요. 말그대로 종신 대통령이니까요. 그리고 엄청난 여권을 받았어요. 그 미국 대통령도 입국 불가한 나라가 있는데, 이 대한민국의 여권은 이제 거의 모든 나라를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지요. 이보다 좋은 여권을 가진 사람이 교황님 말고 없을 겁니다.”
“와 엄청난 여권이군요. 저도 있었으면 좋겠네요.”
“안타깝지만 그럴 수 없어요. 대한민국은 이민을 받지 못하거든요.”
대통령은 유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자 대통령은 집무실로 자리를 옮겼다. 촬영 장비를 정리한 후 Lee 피디는 대통령에게 인사를 드리려 집무실 문을 두드리자 대통령은 Lee 피디를 불러 드렸다. 집무실은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문서로 가득 채워져있었다. Lee 피디가 집무실에 들어가자 대통령은 끼고 있던 안경을 벗으며 인사를 건냈다.
“고마워요. 방송기대하고 있을 께요.”
그의 손에는 작년도의 ‘대한민국 총서’가 들려있었다

2017년 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