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Photo by joker-Daria/iStock /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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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점심 종이 울리고 몇 분 지나지 않아 교실은 한적해 졌다. 밥생각이 없는 영은 매점에서 딸기 우유 하나를 사고 운동장쪽으로 나왔다. 점심을 미리 먹는 3학년들이 이미 축구를 시작해버렸다. 운동장도 벌써 시끄러워진다. 영은 어디를 가나 혼자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금이라도 한적한 곳을 찾아 서성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교실이 그나마 조용하다는 것을 떠올리고는 교실로 돌아갔다. 답답해진 영이 소설책을 꺼내어 읽기 시작한다. 몇 분 버티지 못하고 책상에 엎드린다. 심란하다.

5교시 종이 울리고 문학 샘이 들어왔다. 오늘따라 영은 관심이 없다. 멍하니 있으니 선생이 갑작스럽게 질문을 한다.

“왼손잡이 입니다.”

그걸 또 영은 간단히 넘겨 버린다. 문학 선생이 어이가 없다는 듯 웃고는 수업을 다시 진행한다. 영의 관심은 더욱 멀어져 버린 듯 창문밖을 바라본다. 30도의 높은 온도에도 선풍기 2대가 고작이다.

6교시는 수학이다. 영은 여전히 관심이 없다. 코시 쉬바르츠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선생이 버거워 보였다. 오늘이 14일이라 14번이 문제를 푸는 동안 수학 샘이 다가와서 묻는다.

“오늘 뭔일 있나?”

“아니요.”

샘이 교단으로 돌아가 설명을 시작한다. 내용은 지루하고 따분했다. 영은 샤프로 교과서를 두드리다가 수학이라고 쓰고 밑줄을 긋는다.  

수업이 어영부영 끝나고 가방을 챙기는데 반장이 들어와 말한다.

“오늘 종례 없대, 청소 끝나면 부르래.”

반장이 말이 끝나자마자 민철이 다가와 말을 건다.

“학원 전에 시간도 있는데 피방갈꺼지?”

영이 난감한 듯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 집에 갔다 갈라고.”

갑갑해져 샤워라고 했으면 하는 마음에 거절하고 교실을 나가려는데 반장이 부른다.

“담임이 들르래.”

고개를 끄덕이고 1층으로 내려갔다. 담임이 있는 학생부실이다. 한숨 크게 쉬고 들어가려는데 문이 열리고 문학샘이 나온다. 가볍게 목례를 하고 들어간다. 담임이 힐끗 보더니 다시 모니터를 바라본다. 한글에 영어지문이라는게 제법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담임이 몸을 돌려 마주보고 말을 시작했다.

“영수야. 너 왜 문이과 신청표 안내냐? 너만 안냈어.”

“아 예.”

영이 불편해하는 것이 느껴진다.

“나는 너가 당연히 문과 지원 할 줄 알았는데. 스피치에서도 상도 타고 했으니.”

“아 예.”

영이 기쁜 마음을 다 숨기지 못하고 적당히 얼버부린다.

뒤쪽 정수기에서 믹스 커피를 타던 수학 샘이 다가와 말했다.

“그러기엔 얘 수학도 너무 잘하자나. 이번에 경시대회도 보내는데.”

살짝 지어지는 미소를 막지 못했다. 영도 내가 살짝 웃었다는 것을 알아 차렸을 테다. 조금을 끌다가 대답을 한다.

“혼자 결정하기에는 쉽지 않은 문제라서요.”

“그래. 부모님하고 상의하고 내일까지는 내라.”

담임과 수학샘한테 목례를 하고 학생부실을 나온다. 갑갑해진 마음에 화장실에 들어가 세면대에 두 손을 올리고 앞으로 약간 숙인다. 영이 물을 튼다. 세면대를 오른손으로 몇번 두들기다가. 상체를 이르켜 똑바로 선다. 거울 안의 남자는 상기된 얼굴이다. 그리고는 입술을 살짝 깨문다. 나는 물을 잠근다. 영은 세수라도 하고 싶었지만 특유의 냄새를 이기지 못하고 화장실에서 나온다. 나는 걸어서 돌아가자는 영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2017년 7월